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회담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양당 대표회담은 이준석과 송영길 회담 이후 3년 1개월 만에 이뤄지게 됐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석 달이 가까웠는데 개원식조차 치르지 못한 채 여야대치가 이어졌다.
그 때문에 반드시 상당한 성과를 내고, 후속 협의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회담은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대표가 영수회담, 대표회담을 제안하고 한동훈 대표가 즉각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이 대표는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정책이라면 모든 걸 열어두고 정부, 여당과 협의하겠다”라고 했다.
한동훈 대표도 “민생과제에 대해 실질적 성과를 내는 회담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른바 ‘먹사니즘’을 내걸고 있고, 한 대표도 ‘격차 해소’를 기치로 든 만큼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오랜만에 이뤄지는 만큼 시급한 민생현안에 집중해 한 가지라도 성과를 내야 지속가능할 것이다.
이 대표는 앞서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 85.4%라는 압도적 지지로 연임에 성공했다. 5명의 최고위원은 모두 이재명계 의원들로 채워졌다. 완벽한 ‘친명 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는 명실상부 야권 최대의 대선 주자로 발돋움했다. 당 장악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재명 2기 체제’가 수권 능력을 갖출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민주당이 다음의 ‘대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 또한 어두워진다.
우선 입법 폭주에서 벗어나 ‘민생 우선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 민주당의 의정 독주와 입법 폭주는 의회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
이 대표는 ‘먹사니즘’을 강조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민생과 전혀 상관없는 ‘입법 폭주’는 극단적 대립의 정치만 몰고와 먹사니즘을 스스로 부정한다. 민주당이 ‘언행불일치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총선압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민주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보다도 낮게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재명 사당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이 그동안 자랑해왔던 김대중, 노무현 정신과 가치, 품격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국민의 민주당’으로 복원돼야 한다.
다양성과 역동성이 사라진 1인 사당화한 민주당에는 ‘더불어’도 ‘민주’도 없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깨어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용기뿐이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뒀던 게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승리에 취해 자제를 잃은 채 입법 폭주에 나선 민주당이 2년 뒤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겼다는 뼈아픈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총선 승리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오로지 숫자에만 기댄 ‘묻지 마 탄핵’에 집착하지 말고, 전 국민 25만 원 지원, 노랑봉투법 등과 같은 정쟁 유발법안 보다 경제를 살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민생법안에 매진해야 한다.
민주당이 ‘악성 팬덤의 길’ ‘민생 무시의 길’로 다시 걸어간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역사를 잊은 정당에 미래는 없다’라는 교훈을 절치부심 깨달아야 한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
강대일 hykk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