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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풍선이 쏘아올린 ‘북한의 민주화’

기사승인 2024.09.02  14: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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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어렵다. 평화통일은 더 어렵다.

독일의 경험에 비춰볼 때, 남북한이 합의통일을 하려면 우선 북한 주민들이 통일 의사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누리려면, 북한 헌법 제67조에 보장된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묵살하고 있는 정권의 교체가 필요하다.

지난 70여 년 동안 남한에서는 몇 차례의 정권교체가 있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무너졌다.

그러나 한국적 민주주의는 아직 완벽하지 않으며, 계속 공고화의 길을 가고 있다.

북한이 민주화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반세기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며, 평화통일은 그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북한 민주화의 첫 번째 단계는 개혁개방 정권의 탄생이다.

북한 내부에는 중국베트남과 같은 방식의 사회주의 모델을 선망하는 계층이 있다. 그들은 개혁개방이 이뤄지면 북한 주민의 일차적 인권인 생존권은 최소한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정권교체의 사명은 북한 주민의 몫이다. 외부에서 이식된 민주주의보다 자력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체제변화의 역행과 같은 회귀적 현상을 잘 이겨낼 수 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과거 민주주의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은 것처럼 북한 주민을 간접적으로 돕는 것이다.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살포에 대해 북한의 김여정은 오물풍선을 보내며 표현의 자유라고 정당화했다.

표현의 자유?

내용물은 대다수가 종이와 비닐류 같은 쓰레기였다. 합참은 현재까지 안전 위해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확성기 방송으로 대응했다. 남북한이 상호 맞대응하면서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냉전시대 자유유럽방송은 언론의 자유가 없는 소련 공산권 주민에게 대안 언론의 역할을 했다.

폐쇄적인 국가의 주민은 외부 소식을 통해 당국의 선전 선동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정권을 불신하게 됐다.

동서독 분단시절 동독 주민은 서독방송을 시청했다. 그들은 낮에는 사회주의, 밤에는 자유주의 생활을 했다.

일반적으로 민주화의 촉발요인은 집단적 시위이지만, 동독의 경우에는 시위와 탈주라는 두 가지 변수가 함께 작용했다.

1989년 여름 동유럽국가에서 휴가를 보내던 동독 주민들이 대량 탈주하면서 몇 달 만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동독 공산당은 주민들이 원하는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는 대신 정권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북한 김정은도 정권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북한 여기저기서 정권붕괴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 북한 소식에 정통한 언론의 분석이다. 북한의 문은 그렇게 견고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지난 20일 하사 한 명이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귀순해왔고 지난 8일에는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주민 1명이 자유대한의 품을 찾아왔다.

북한 군인의 귀순이 공개된 것은 20197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렇듯 북한 이탈 주민이 상반기에만 100명이 넘는다.

특히, 동해선 지역은 북한이 올 초부터 가로등과 철도 레일을 제거하고 탈북을 막기 위해 지뢰를 집중적으로 매설하는 곳이다.

앞서 방벽 설치와 지뢰매설에 동원된 수백 명의 북한 군인이 임시텐트에 기거하면서 교대 인력도 없이 수개월째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에 넘어온 탈북 하사는 그야말로 장마당 세대다. 최소한 20대 중반을 향해 다가가는 북한의 MZ세대일 것이다.

이런 군인들은 군복을 입기 전에는 후방에서 그럭저럭 부모의 장마당 장사로 그렇게 굶주리지 않았을 것이다. 막연하게 군복만 입으면 대우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는 그야말로 일장춘몽이었다.

서부전선 2군단의 북한 군인들은 철도 연결로 어느 정도 보급이 이뤄지지만, 동부전선의 1군단과 중부전선의 5군단은 예외다. 무조건 자력 강생이니 굶기를 밥 먹듯이 한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에로의 탈출은 생사를 건 전쟁이다. 이번에 귀순한 군인은 다른 탈출병을 잡으러 간다면서 모두를 속였다고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일규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의 탈북 소식은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북한 군인들에게 폭염 속의 소나기처럼 전파됐다.

김정은이 오물풍선을 쏘아대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이 대북방송이나 맞대응 대북전단을 뿌렸을 리 만무하다.

대북방송이나 대북전단이야말로 자유선진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북한주민의 이른바 남심(南心)을 자극하고, 북한주민의 남심은 이 시대의 도도한 흐름이 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서 대북전단이나 확성기로 북한주민에게 알 권리를 제공하는 노력을 해외 거주민을 대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외교관이나 무역일꾼, 파견근로자, 유학생 등이 탈주해 북한의 폐쇄성을 침식시키면, 북한정권은 내부주민을 달래기 위해 폭압적 통치를 완화하는 애민정책을 펴게 될 것이고, 이것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간접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김정은이 쏘아대고 있는 오물풍선이 북한 민주화의 견인차 역을 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17, 18대 국회의원

강대일 hykku@hanmail.net

<저작권자 © 안팎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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