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재 소득의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연령대에 따라 매년 0.25~1%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려 최종 13%까지 인상하는 내용의 국민 연금개혁안을 지난 4일 발표했다.
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은 당초 올해 42%에서 2028년까지 40%로 인하될 예정이었으나 42%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각각 13%, 14%였다.
여당은 22대 국회에서 정부안대로 추진하겠다고 한 반면, 야당은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나쁜 방안”이라며 반대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심의‧확정했다. 2003년 정부안 발표로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 된 이후 21년 만에 정부가 연금개혁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이다.
정부는 “21대 국회 연금특위와 공론화 논의 내용 등을 고려해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6년간 9%에 머무르고 있다. 개혁하지 않으면 현재 1,036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은 2056년에 고갈된다. 21대 국회논의안(소득대체율 44%)으로 2064년에 소진되지만, 정부안대로면 2072년으로 늘어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도 당초 계획보다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와 기대 여명에 따라 연금수령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자동 조정장치를 2036년부터 발동할 경우 기금소진 시점은 2088년으로 더 연장된다.
젊은 세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지급보장 규정도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65세 이상 노인 소득하위 70%에게 월 최대 33만 4,810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2026년에 노인 소득하위 약 40%에게 40만 원으로 인상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개혁안을 두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2대 국회에서의 논의도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안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으나 민주당은 “국민부담과 희생이 늘어난다”라며 ‘꼼수 정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번에 발표된 연금개혁방안은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청년세대의 연금 불안을 더는 데 방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너무 세부적으로 정책 제안의 가짓수를 늘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가중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 ‘폭탄 돌리기’를 끝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만큼, 이제 정부와 국회가 연금제도 도입 때부터 ‘저부담, 고급여’로 설계됐던 원초적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연금개혁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급여를 제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료 납부와 급여, 즉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재정안정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국민연금 지급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문화하겠다는 것도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다. 국가가 연금지급을 책임진다는 것은 연금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조세를 통해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인데, 이것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동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어차피 국가가 지급할 것이면 굳이 보험료율 인상의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시급한 과제는 노후 소득보장강화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연계성을 높여 다층적인 소득보장방안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초연금의 구조개혁도 한 가지 방법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노인인구 70%에 매달 약 30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정도 급여로는 취약계층 노인 세대의 빈곤 탈피가 불가능하다.
지급대상을 취약계층에 국한해서 좁히고 급여수준을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개편해 더 적극적으로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연금개혁안은 국회를 통해 입법돼야 한다. 정부가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여야는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국회 특위 구성에도 부정적이어서, 연금개혁논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넘어야 할 산이다.
아무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은 “청년 미래세대를 위한 빅스 텝”이라고 환영한 반면, 민주당은 “국민부담은 올리고 연금은 깎는 개악”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거대 야당이 세대별 차등인상을 “세대 갈라치기”, 자동 조정장치엔 “사실상 연금삭감”이라고 악평한 것은 험난한 협상을 예고한다.
그러나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을 고려하면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더 미루는 것은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역사적 범죄나 다름없다. 여야는 정부개혁안을 바탕으로 정기국회 회기 중에 모수 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연금 수급 개시연령 등 운영과 관련된 핵심 변수들을 조정해 연금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노후 소득 보장성을 확보하는 개혁) 법안이라도 처리하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연금 파탄의 주범이 될 것이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
강대일 hykk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