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1시간 20분 동안 비공개 회동했다. 차담형식으로 진행된 회동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한 대표는 이날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민심을 전달하며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 윤 대통령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윤한 회동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몇 날 며칠이고 직면하고 있는 현안들의 해법을 모색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양측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라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이번 회담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한 후 한달 만에 성사됐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 국정운영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한 정국 현안을 두고 여권 내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20%대 초반까지 떨어진 데서 알 수 있듯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불만족지수가 크다.
왜 그럴까? 임기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딱 부러지게 풀어낸 정책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의사들과의 다툼은 장기화하고 있으나 별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노동과 연금, 교육 등 약속했던 개혁정책도 지지부진하다.
대통령의 안이함도 불편한 요소다. 민심이 요동치고 있으나 윤 대통령은 사안의 심각함을 공감하지 못한 듯, ‘위기? 무슨 위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과장된 평가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여당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 끼고 편히 지켜볼 수가 없다.
윤 대통령은 여당을 지원조직 정도로 생각하고 당연히 자신을 지지하고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협조는 자동적인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당선되고 나면 당장은 그만이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선거를 해야 하는 여당의 처지는 대통령과 다른 것이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국민의힘이 참패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면 그 결과는 오롯이 여당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당은 정치적 위기국면에 예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80분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제기한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라인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에 제기된 의혹 설명과 해소 등 3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수용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회동은 여권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받았으나, 이제 한 대표의 결심에 따라선 당정이 갈라서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부인하지 못하게 됐다고 본다.
당장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한 대표 측 세력 8명 이상이 이탈하면 특검법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양보해서 만나준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대통령-여당 관계에서 시간은 대통령 편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여당은 임기 말을 향해 가는 대통령과는 차별화를 꾀하려 할 것이다. 여당의 도움을 절실하게 부탁해야 하는 쪽은 대통령일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여당은 점점 더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8석의 근소한 의석으로 대통령 거부권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여당과의 관계에서 대통령은 이미 ‘을’이 돼버렸다는 분석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
강대일 hykk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