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과정과 결과는 한국정치의 환부를 죄다 드러냈다.
이제 본격적인 한국정치의 환부수술과 치료를 모색하는 방안을 마련할 때인 것 같다.
무엇보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헌법과 정치개혁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공천 과정의 혁명이다.
필자는 현행 공천제도는 한국정치 부패구조의 출발점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세계일보 주필을 지낸 언론인 구월환 선생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북한의 비핵화와 국회개혁이라고 일갈했다.
비핵화는 김정은이 반대하는 한 안될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정치개혁은 김정은과는 관계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데 결론은 항상 ‘안된다’로 끝낸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왜 안되나? 이치는 ‘나비와 벌이 꽃을 보고 날아드는 것은 꽃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꿀 때문이다’라는 답을 제시하고 있다. 지당한 분석이자 맞는 말이다.
정치인이 여의도를 향해 오매불망 돌진하는 것도 같은 이치인데 거기에는 꿀이(먹을 것)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 국민 행복, 운운하지만 그것은 죄다 공염불이고 진실은 권력과 돈, 이권이라는 꿀단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냉철한 분석이자 원로 언론인다운 혜안이다.
그런데 그 꿀단지를 차지하는 지름길이 공천이라는 것이다. 공천이 곧 당선은 아니지만, 공천을 통하지 않는 당선이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치의 공천제는 부패구조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공천 과정의 혁명이 필요하다.
당연히 주권자가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 더 이상 당지도부에 의한 위로부터의 공천을 지속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래로부터의 공천이 제도화하지 않는다면, 아무나 아무 지역에 꽂아서 출마하게 된다.
나아가 주민의 대표,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독립성과 자율성보다는 친.비.반 같은 수식어가 붙는 파당인의 위치와 역할이 너무 커진다.
대표성, 비례성, 등가성 보장을 위한 선거제도 혁신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민주화 이후 21대까지 총선의 사표는 전체 투표의 49.3%에 달했다. 유효투표는 단지 50.7%였다. 주권의 절반이 행사 즉시 사표가 된 것이다.
게다가 제1당의 의석율은 득표율보다 평균 9.9%포인트나 높아 거의 30석이 초과의석이었다. 지금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득표 차이는 8.4%포인트(49.9%대 41.5%)에 불과했으나, 의석수 차이는 79석(163석 대 84석)이 됐다. 8.4%는 겨우 21석에 값할 뿐이다.
득표수 대비 1당은 14.53%의 의석 이득을, 2당은 8.3%의 의석 손해를 본 셈이다. 22대 총선도 같다.
22대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의 본질에 합당한 의석은 2석(개혁신당)에 불과하다.
나머지 44석은 지역구 후보가 없는 위성정당이나 단독정당, 가설정당의 의석이다. 대체 무엇과의 연동이고 비례인가?
즉 44석은 지역구 표심과 의석의 불비례성을 보정하는 비례제도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역대표와 비례대표 간 최악의 불비례, 불연동 선거가 아닐 수 없다. 화급히 잡혀야 한다.
표의 등가성, 대표성, 비례성과 정확한 민심 반영을 위한 선거‧정치개혁은 권력구조 개혁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선진국 한국은 이제 나라이건, 정당(여당)이건, 더 이상 ‘대통령제 리스크’와 대통령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갈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전자는 ’제도‘ 리스크이고, 후자는 ‘인물’ 리스크이다.
최근 들어 부쩍 나타남이 늘고 있는 제도요인과 인물요인이 만나서 한국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불안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 위험요인으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애국자라면 진영을 넘어 함께 이 문제를 직시해야만 한다. 행정권과 입법권, 최고 행정권자와 최고 입법권자가 서로 다른 상황을 맞아 22대 국회는 정책연합과 입법연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유권자나 지구당원이 후보를 결정하는 제도가 정착돼야만 한다.
그 제도가 요원하다면 국회의원이 누리고 있는 과도한 특권과 장점 등을 없애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국회의원에게서 금전적 혜택과 특권을 모두 회수한다면 지금과 같은 부질없는 짓으로 국민을 失望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명예 이외에는 먹을 것이 없기에 왕성한 식욕을 발동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구월환 원로언론인은 한국정치를 이렇게 꼬집고 있다.
“대어는 중어식하고 중어는 소어식하는 악순환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정치현실이다’”라고.
나아가 주권자의 민심만큼만 권력을 획득하고 배분하고 행사하는 정치개혁을 위한 혁명적 결단과 행동이 절실해지고 있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
강대일 hykk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