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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디플레 탈출에서 배워야 할 것들

기사승인 2024.03.18  09: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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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래전 얘기다.

1980년대 초 KBS 보도국에서 특집국으로 발령이 나 당시 한 시간짜리 월요기획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 수산업에 대한 프로를 제작해보라는 국장의 지시에 따라, 사전 취재 겸 자료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수 돌산 배양장에서 전복을 인공부화시켜 그 치패를 여수 앞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전복 성체에서 산란을 유도해 인공부화에 성공하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됐다고 해서 난리가 났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 시대가 왔다는 쾌재였다.

그러나 웬걸 일본에서는 일본 기술이 우리보다 훨씬 앞질러가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열도에서 한반도 쪽으로의 연안 해역을 내해라 부르고 그 반대쪽 바다를 외해라 부르면서 내해와 외해에 촘촘히 어업센터라는 것을 만들어 거의 전 어종, 전 패류를 인공부화시키는 기술을 습득해 치어며 치패를 바다에 방류하면서 어획고를 올리고 있었다.

내해 어업센터에서는 치어나 치패를 방류해도 거의 그 자리에서 성어나 성패가 됨으로써 어획하기 쉬운 이른바 정착성 어종을, 그리고 외해 어업센터에서는 회유성 어종을 집중적으로 채란해서 인공으로 부화시켜 방류함으로써 먼바다로 나가 성체가 돼 다시 돌아오는 회유성 어종으로 어획고를 올리고 있었다. 이런 일본의 선진 어업 기술, 수산 기술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

일본 남서부지방인 야마 구치(山口) 현의 내해 어업시설이 잘됐다고 해서 야마 구치에 코디를 섭외해놓고 현 수산부 공무원 한 명을 안내원으로 앞세워 해안을 훑고 다녔다.

닷새 정도의 취재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우리나라 수산업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부산에서 고등어며 정어리를 어획하는 선망 어선, 그리고 조기며 갈치를 잡는 안강망 어선을 타고 어로 현장을 취재한 뒤, 가두리 어업이 많은 남해안 취재를 마치고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 필자는 워싱턴 특파원 3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해 뉴스를 진행했다. 그러던 일본 야마 구치 취재 후 10년쯤 되는 어느 날 사무실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야마 구치 현 공무원으로 필자의 취재 여행을 안내했던 그 일본 야마 구치 현 수산부 공무원이 정년퇴직한 뒤에 좀 쉬다가 한국을 여행 중인데 필자의 안부가 궁금해 방송국 안내에게 물어 전화했다는 것이다.

반가웠다. 투숙하고 있는 호텔을 물으니 여의도에 있는 호텔이었다. 다음 날 점심을 같이하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매우 쇼킹했다.

호텔 방에서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웬 먹방이 그렇게 많은지 볼만한 프로가 없다는 불평이었다.

그는 덧붙여 일본에서도 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 후 경제가 엉망일 때 tv 마다 제작비가 안 드는 그런 먹방 프로 일색이었는데 한국 TV가 과거의 일본 TV를 따라 하는 것을 보면 한국경제도 현재 건강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게 자기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출 선언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1%대 저성장 늪에 진입한 우리는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본경제가 30년을 잃어버렸다는 아우성 속에 한국경제도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비관론으로 저성장 늪에서 허우적거렸는데 일본이 디플레탈출을 선언하고 나섰으니 부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특히 일본보다 더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인데 개혁마저도 지지부진한 한국이 아닌가.

일본은 90년대부터 30년 동안 비인기 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시행하면서 인내심을 발휘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엔 일본처럼 뼈를 깎는 구조개혁 과정 없이 포퓰리즘 정책만 난무하고 있다.

고물가 속 저성장 기조를 탈피할 비전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데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일본 주식시장만 보고 기업 밸류업 대책 등 외형만 따라하려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17, 18대 국회의원

강대일 hykku@hanmail.net

<저작권자 © 안팎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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